- 저, 와타나베, 정말 날 좋아해?
- 물론이지.
- 그럼 내 부탁 두 가지만 들어줄래?
- 세 가지라도 들어주지.
그녀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 두 가지면 돼. 두 가지면 충분해. 하나는 자기가 이렇게 날 만나러 와줘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 정말 기쁘고, 정말 구제받은 것 같애. 혹시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해도 말이야.
- 또 만나러 올 거야. 다른 하나는 뭐지?
- 나를 꼭 기억해 줬으면 하는 것. 내가 존재했고, 이렇게 와타나베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까지라도 기억해 줄래?
- 물론 언제까지라도 기억하지
하고 나는 대답했다.
나오코는 아무 말 없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드는 가을 햇살이 그녀의 어깨 위에서 하늘하늘 춤추고 있었다.
또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조금 전보다는 훨씬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오코는 작은 언덕 같은 곳으로 오르더니 소나무 숲을 빠져 나가, 비스듬한 비탈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녀의 두세 걸음 뒤에서 따라갔다.
- 이쪽으로 와, 주위에 우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나오코의 등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방긋이 웃으며 내 팔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남은 길을 둘이서 나란히 걸어갔다.
= 정말 언제까지라도 잊지 않을 거지?
그녀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